이르면 4월초 발표 예정에 기업도 협회도 예의주시
타격 불가피… 수출 다변화 등 정부 방안도 '한정적'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수입 의약품에 대해 금명간 관세율 인상 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자 수출하는 국내 제약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제조소 확장을 통해 가격 경쟁력 높은 저가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 관세율 인상 조치가 본격 시행되면 적잖은 피해가 우려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 분야 관세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이르면 4월 2일 발효할 예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관계자들이 수익성 문제를 거론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낸만큼 받겠다, 아니면 미국내 시설 만들든지'
'말 그대로' 가는 미국의 관세율 인상 정책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클럽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약품 및 반도체 등을 포함한 미국 수입 제품의 관세율을 최소 25% 이상 높이는 조치를 발표했는데, 이르면 4월 2일 시행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국가별 상호주의에 입각하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인 식이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과 관세율 인하 등을 통해 미국 내 제품 진입을 활성화해왔지만 내수 산업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타국과 비슷하거나 타국 대비 높은 관세율을 적용해 세수를 확보하는 한편 내수 산업 활성화와 기축통화 달러의 지위를 공고히 할 목적으로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예 기간을 두면서 유예 조건으로 '미국 내 공장 설립'을 못 박았다. 관세 인상이 내수 생산 진작에 목적이 있다고 본 것은 이 때문이다. 과격한 언사로 선거 운동에서 인기를 얻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날도 '(다른 나라에게) 착취당하고 있다'는 표현을 썼다.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은 물론 미국 외 국가의 제약바이오업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국과 인도의 원료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미국 제약사의 생산비도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중국과 멕시코, 캐나다 등에 대해서는 추가 관세를 적용할 가능성도 밝혔다. 때문에 미국제약협회를 비롯한 다국적 제약사의 협상 및 예외 조항 적용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우리 업계 입장에서도 관세율 인상 조치는 판을 흔들 정도의 큰 문제로 작용한다. 물론 한국의 경우 대미 수출 액이 경쟁국에 비해 크지는 않다. 실제 한국바이오협회가 밝힌 한국에서 미국으로 2024년 의약품 수출은 2월18일 환율 기준 5조7264억원(미국돈 39억8000만달러) 선이었다.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가 집계 마지막 해인 2023년 기준 31조451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비중이 5조4000억원(37억4000만달러)에 달하는 만큼 충격파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으로 공장을 옮겨야 되나? 업계 고민 깊어졌다
시장 특정된 의약품 분야 위한 '별도 지원' 필요성도

업계는 미국 관세 인상을 두고 제일 먼저 타격을 받을 품목으로 수출 위주의 보툴리눔 톡신 등의 에스테틱, 바이오시밀러 등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지난 1월 공개한 '2024년 미국 FDA 바이오시밀러 허가현황' 관련 자료를 보면 미국 식품의약국 내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가장 많이 받은 곳은 한국으로, 미국과 같은 4개였다. 여기에 동아에스티가 개발하고 미국 어코드 바이오파마가 받은 '이뮬도사'를 포함하면 5개로 미국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미국 식약당국이 허가한 63개의 바이오시밀러를 모두 포함해도 한국이 14개 품목으로 미국(26개) 다음으로 많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의약품이 관세 문제를 피할 수 있는 미국 내 제조소가 없다는 데 있다. CDMO로만 봐도 역시 삼성바이오오릭스 및 셀트리온 등이 가격 경쟁과 집중도를 위해 국내 제조소를 선택한 것이 아쉬움으로 다가올 만 하다. 

일부 국내 제품이 상대적 저가로 미국에 넘어가는 것도 문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대웅제약 '나보타' 등의 경우 직접 판매가 아닌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에 수출품인 '주보'를 넘기는 형태를 택한다. 때문에 직접 판매 대비 수익성이 높지 않은 상황인데, 과거 대웅제약 내부에서 나보타의 미국 출시 가격을 첫 톡신 제제인 애브비(당시 엘러간)의 '보톡스' 대비 절반 수준으로 책정하는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쳤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만큼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성에 관세까지 더해지면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높알 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비중이 높은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미국 내 의약품을 수출하는 입장에서 수익성 문제가 고민일 것으로 여겨진다"며 "그렇다고 관세를 피하려고 해외 공장을 짓는 무리를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보니 내부적으로 방안을 찾기 위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회 차원에서도 신중하게 향후 벌어질 상황을 예측하며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현재까지의 동향을 예의주시한 가운데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업계를 대상으로 향후 일어날 문제 등을 조사하고 있다. 향후 정부의 대책에 맞춰 회원사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향을 고민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19일 미국 정부의 관세 인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나섰다. 18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밝힌 '2025년 중소벤처기업 수출지원방안'에서는 전국 15개 수출지원센터에 애로신고신터를 설치하고 수출다변화를 추진하는 중소기업에게 정책자금 평가 절차를 간소화해 빠르게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경영위기에 직면하는 중소기업 이 발생하면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및 수출바우처 물류비 지원한도를 상향하는 방향도 검토한다.

이 밖에 향후 미국의 관세조치 등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 수출품목 50개 남짓을 골라 수출국 다변화를 위한 정보 분석 제공 및 컨설팅 지원 등의 특별관리에도 나설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 제약바이오업계를 향한 세부적인 형태의 지원책이 별도로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전하기도 한다. 이는 의약품이라는 특수한 시장이 이미 구미권 위주로 짜여져 있기에 수출의 방향이나 품목을 늘린다고 해서 위기를 쉽게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에스테틱 분야 제약바이오업체 한 관계자는 "수출 다변화를 지원한다고 해서 평소에 필러를 안맞던 나라의 사람들이 (수출 지원 조치로) 미용 필러를 맞는다고 보기 어렵다. 그 나라의 의료환경과 해당 국가 내 제약바이오 환경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보다 앞서 나온 수출에 필요한 물류비용 감소나 세금 감면 관련 정책 등을 통해 국내 제약사가 수익을 거두면서도 관세 문제룰 상쇄할 수 있는 조건을 구축하면 어떨까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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