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와 pre-IND 미팅해 전체 임상 전략에 대한 동의 과정 필수"
"불필요한 미국 FIH 연구 진행 필요 없어, 비용 부담만 국내 3배"
"FDA, 누적 안전성 신호 중시... 누락, 축소, 왜곡 보고 절대 안돼"

히터뷰 이지은 아레테볼로 대표 / 미국 FDA 전 심사관
미국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의 관문이다. 식품의약국 FDA는 아주 까다로운 수문장이다. 임상개발 진입(IND filing)이나 신약 품목허가(NDA) 심사에서 FDA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히트뉴스>는 FDA서 임상약리ㆍ계량약리 심사관으로 10년간 커리어를 갈고 닦은 이지은 아레테볼로 대표를 만나 효율적인 신약개발 전략을 듣는다.
① 치열한 토론의 연속, 피와 살이 된 FDA 커리어 10년
② FDA는 무조건 어렵다? 효율적 신약개발 전략 수립 필요
③ 글로벌 신약개발 지연은 혁신의 부재 탓? 다른 측면 존재
국내 기업들이 미국 임상 진입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사실 IND 제출을 위한 기본 요건은 한국과 미국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FDA는 식약처에 비해 과학적 완성도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고, 초기 용량(starting dose)이나 용량 증량(dose escalation) 과정에 대해 보완을 요청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편입니다. 물론, 식약처의 심사가 느슨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임상 진입에 필요한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잘 준비했다면, FDA를 지나치게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서류 형식의 차이와 언어 장벽에서 오는 부담은 있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다면, 이런 부분은 결국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는 저희처럼 IND 제출을 지원하는 컨설팅 회사를 활용하시면, FDA의 정보 요구(information request, IR)에 신속히 대응해 임상 보류(clinical hold)를 피하고 원활한 승인 절차를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임상 1상 환경은 여러 면에서 다릅니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제약사와 수탁기관(CRO 또는 임상기관) 사이의 관계와 일하는 방식입니다. 미국에서는 임상 1상을 수행하는 기관에 임상약리나 임상전략 전문가는 없고, 안전성을 관리하는 임상 의사 정도가 상주합니다. 그래서 제약사가 직접 수탁기관 스태프를 대상으로 프로토콜을 설명하고, 실행 과정을 긴밀히 관리하는 구조로 일합니다.
반면 한국은 임상 1상이 대학병원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임상약리 교수진이 연구를 주도하기 때문에, 제약사가 충분한 내부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도 교수들이 프로토콜 설계부터 시험 운영까지 폭넓게 지원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제약사 내부에 임상 전략이나 데이터 분석 역량이 쌓일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고, 결과 해석이나 논문 출판 단계에서도 주도권이 병원 측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이렇게 전문성을 외부에 의존하는 방식에 익숙한 제약사가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겠다고 FDA에 IND 제출을 준비하게 되면, 프로토콜 작성이나 IRB(임상시험윤리위원회) 승인 절차 같은 부분에서 더 어려움을 느낄 겁니다. 그런 부분을 지원해주는 CRO를 따로 고용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이러한 과정을 내부 전문성으로 흡수하고, 직접 경험하며 성장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른 맥락에서 국내 바이오벤처나 CRO 등은 식약처의 IND 승인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식약처의 심사 속도에 불만을 제기하는 분들을 종종 만납니다. 승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보완 요구가 많다며, 차라리 FDA에 IND를 제출해 미국에서 임상 1상을 하겠다는 분들도 있지요. 그러나 이런 불만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신중히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심사 구조나 소통 방식, 그리고 인력 규모 면에서 FDA와 식약처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으니까요. 따라서 두 기관을 단순 비교해 속도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자중해야 합니다.
식약처의 IND 심사 기간은 공식적으로 약 30일로, FDA와 비슷합니다. 다만 FDA는 보완이 필요할 때 이메일로 IR을 보내 하루이틀 내 답변을 요구하며 빠르게 조율하지만, 식약처는 문서 보완 후 재심사를 거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24시간 내 답변을 요구하는 FDA의 IR에 대응하느라 밤을 새워야 하는 상황이 더 효율적인 것도 아니니까요. 또 하나 간과되는 점은, 국내 기업이 FDA에 IND를 제출할 때는 국외 CRO와 오랜 시간 협의하며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준비 수준을 동일하게 두 기관에 적용하지 않은 채, 식약처는 느리고 FDA는 빠르다고 단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식약처의 일부 권고에서 비전형적 임상 디자인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보수적 태도는 저도 느낀 바 있습니다. 이는 심사관들의 전문성 편차나 과도한 업무 부담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첫 임상시험(First-in-Human study, FIH)을 미국에서 진행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FIH를 미국에서 수행하면 비용과 운영 부담이 훨씬 커지는 것에 비해, 실질적인 이점은 크지 않습니다.
물론 FDA가 미국인 데이터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글로벌 임상 3상 같은 피보탈 임상에 미국인 피험자를 포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초기 임상 1상을 미국에서 수행하는 것은 비용과 시간 대비 효용이 높지 않습니다.
임상 1상, 나아가 2a상 까지는 한국에서 수행해서 'Go' 또는 'No-Go' 결정을 내리고, 이후 신약/생물의약품 품목허가 신청(NDA/BLA) 제출에 활용될 핵심 데이터를 확보하는 2b상 이후 단계에서 FDA에 IND를 제출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부 항암제처럼 1상과 2상 임상이 이어지는 심리스(seamless) 연구로 설계되는 경우는 예외적입니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IND를 제출 전에 충분히 시간을 두고 pre-IND 미팅을 진행해, 전체 임상전략에 대한 FDA의 동의를 얻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내 업체들은 첫 임상시험(FIH)을 글로벌에서 진행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곤 합니다.
"그런 경향이 있지요. FDA 기준을 통과했다는 상징성 때문에, 대외 신뢰도를 높여 투자 유치에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글로벌 제약사나 투자사 입장에서도 미국에서 수행된 인체 데이터를 더 익숙하게 해석하고 신뢰하는 경향이 있으니, 후속 기술이전이나 공동개발 협상에서 장벽을 낮추는 효과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FIH 연구를 미국에서 수행한다 하여 약효, 안전성, PK 데이터의 질이 더 뛰어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비용과 운영 부담이 크기 때문에 개발 효율성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FIH 데이터 만으로 기술이전을 추진하려는 명확한 전략이 아니라면, 굳이 비용이 3배 이상 들고 운영 효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FIH를 미국에서 수행할 필요는 없습니다.
심지어 BA(Bioavailability, 생체이용률) 시험이나 DDI(Drug-Drug Interaction, 약물상호작용) 시험을 미국에서 수행하는 경우도 종종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초기 시험을 굳이 미국에서 진행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용이 높지 않습니다.
예전에 BA 연구를 세 배 이상 높은 비용으로 미국에서 수행하겠다는 계획을 검토하며, 해당 업체에 국내 수행을 권고한 적이 있는데 설득이 쉽지 않았습니다. 일부에서는 현실적 효용 차이를 검토하지 않은 채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하는데, 미국에서 수행한 임상시험 자체를 어떤 상징적 성과로 인식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과학적 필요성보다 '보여지는 성과'에 초점을 맞춘 의사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신약개발의 효율성은 결국 제한된 자원을 얼마나 현명하게 사용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회사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비용과 효용을 냉정하게 따져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저는 진정한 경쟁력은 '어디에서 시험했느냐'가 아니라, 그 시험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설계되어 있고, 어떤 데이터를 남겼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학회를 취재하다 보면, p-value가 임상의 성패를 결정짓는
굉장히 중요한 척도로 소개됩니다.
"맞습니다. FDA 역시 여전히 주요 임상시험에서 가설 검정과 p-value 보고를 검토합니다. 하지만 ‘p<0.05이면 승인’이라는 식의 단순한 기준을 더 이상 적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총체적 근거 (totality of evidence)를 평가하지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FDA는 효과 크기(effect size) △임상적 중요성(clinical relevance) △연구 간 일관성(consistency across studies) △용량-반응(dose-response) △노출-반응(exposure-response) 상관관계 △생물학적 개연성(biological plausibility) △민감도 분석의 견고성(sensitivity analysis robustness)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p-value는 의미 있는 지표이지만, 표본 수가 많아질수록 값이 작아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단독으로 해석하면 오해의 여지가 큽니다.
피보탈 임상에 대한 평가에서조차 p-value를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언론에서 종종 p-value가 0.05를 넘었다는 이유로 임상 2상이 '실패했다'고 보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지어 그 결과를 개발 실패로 간주해 회사의 주가가 급락하는 일도 있어서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임상개발의 전체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통계적 개념을 교과서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임상 2상은 본질적으로 검정력이 낮은 단계이므로, 통계적 유의성 보다 임상적 의미와 약효 신호 (Proof of Concept, PoC)를 평가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특히 임상 2a상의 핵심 목적은 '이 약이 실제로 유의미한 효과를 보이는가'를 확인하는 데 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2b나 3상에서 필요한 환자 수와 검정력(power)을 설계하게 됩니다."
한국 기업에 FDA를 통과하기 위해 '이것 만큼은 지켜라'라고
팁을 알려주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근거에 바탕을 둔 의사 결정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과학적 원칙을 견고히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요.
초기 임상 데이터를 해석할 때 자의적 결론으로 치우치는 경우를 여러 번 봤습니다. 임상 결과도 마찬가지이지만, PK나 바이오마커 데이터 해석은 이미 잘 정립된 과학적 방법에 따르는 것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하나 있는데, 바이오마커가 이미 포화(saturation)되어 있고 약효 신호가 미미한한 상황임에도, 근거 없이 '임상 2상에서 용량을 올리면 효과가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임상을 추진하려던 경우였습니다.
뒷받침하는 논문이 많다고 주장하고, 심지어 다른 회사가 같은 방식으로 용량을 높여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주장까지 했지만, 확인 결과 모두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2상으로 진입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회사는 수백억원의 손실과 수년의 시간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당시 그 주관적 해석에 의존했다면,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초래했을 것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안전성 데이터를 지나치게 안이하게 다루는 태도입니다. 소수의 피험자에서 나타난 중대한 이상반응을 '다른 피험자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볍게 취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합니다. 예컨대 8명 중 1명에서 발생한 이상반응을 경미하게 취급한다면, 수십만 명 규모로 확대됐을 때 그 결과가 얼마나 심각해질 지 상상해 봐야 합니다.
이상반응이 없는 약물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상반응이 발견되었을 때 그 심각성, 관리 가능성, 모니터링 방안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명확히 기록하는 일입니다. 이는 과학적 판단이자 동시에 의학적, 윤리적 의무입니다. 이를 위해 의사 출신의 의학적 배경을 지닌 연구자와 독립적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SMB)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임상 개발이 진행될수록 표본 수가 늘어나면서 안전성 신호는 더 잘 탐지됩니다. 규제당국은 누적된 안전성 신호를 매우 중시하며, 이를 누락하거나 축소, 왜곡해 보고하는 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규제적, 법적 제재뿐 아니라 회사 신뢰도와 재무적 피해가 크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합니다.
따라서 절대로 안전성 데이터를 누락하거나 거짓 보고하지 마십시오. 적발 시 매우 심각한 불이익이 뒤따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