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펜 허가 당시 받은 다수 적응증 대신 '당뇨'만
'단가+공급안정' 일거양득 노리나

릴리가 자사의 비만 및 당뇨 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의 바이알 제형을 허가받았다. 이미 프리필드시린지가 시장에 나와 있는 현재 '당뇨' 적응증만 등록했는데 의료진 직접 투여가 필요한 방식이라는 점, 상대적으로 단가를 낮추는 것은 물론 공급 안정을 노릴 수 있다는 데서 비만과 당뇨 투트랙 전략의 준비를 어느 정도 마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릴리는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자사 '마운자로바이알주2.5mg/0.5ml'를 허가받았다. 이 날 회사는 5mg, 7.5mg, 10mg, 12.5mg, 15mg 등 총 6개의 제품을 일제히 받는데 성공했다. 앞서 릴리는 마운자로의 프리필드시린지와 퀵펜을 허가받았지만 나머지 하나인 바이알 제형은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였다.
흥미로운 점은 적응증이다. 마운자로 바이알은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 개선을 위하여 식이 요법과 운동 요법의 보조제'로만 허가를 받았다. 앞서 프리필드시린지가 2023년 6월 허가를 받은 이후에는 적응증 확대를 통해 '아래와 같은 성인 환자의 만성 체중 관리를 위해 저칼로리 식이요법 및 운동요법의 보조제'라는 비만 치료약으로의 허가를 받은 것과 다소 다르다.
더욱이 지난 9월 허가를 받은 퀵펜 제제 역시 허가사항이 바뀔 경우 표기되는 '변동사항'이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적응증은 앞서 나온 당뇨와 비만을 함께 가지고 있다. 향후 적응증 추가의 가능성은 있다지만 다소 흥미로운 모양새다.
바이알의 당뇨 적응증 제한은 의도적 선택으로 보인다. 12월 4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마운자로의 당뇨 치료제로서 급여 적정성을 인정한 가운데, 당뇨 급여 진입을 향한 포석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약가협상을 거쳐 이르면 2026년 3월부터 급여가 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알 투여 방식의 제품 출시 논의는 마운자로가 출시되기 수개월 전인 2~3월경 처음 나오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마운자로 물량 확보를 위해 허가를 받아 투여하는 방식이 내부에서 논의된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러나 마운자로는 8월 말엽 출시 당시 이미 2023년 출시됐던 프리필드시린지 형태로 한국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바이알 허가는 비만과 당뇨 시장을 투트랙으로 공략하기 위한 전략의 준비가 끝났음을 알리는 하나의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그 첫 번째는 두 제형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처음 선보인 프리필드시린지의 펜 형태는 자가 투여가 매우 쉽다. 처방 이후 약을 사서 집에서 편히 맞을 수 있다.
하지만 바이알은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지시한 대로 적절한 멸균 일회용 주사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투여 주의 사항이 따른다. 자가투여를 한다손 쳐도 바이알에서 필요량을 정확히 넣는 과정은 쉽지 않다. 감염 우려 역시 존재한다. 의료기관에서 의사나 간호사가 주사를 하는 형태가 훨씬 일반적이다.
그러나 바이알은 오히려 이 대목에서 장점도 가진다. 프리필드시린지에 쓰이는 바늘 문제에서 자유롭다. 업계에 따르면 마운자로에 쓰이는 펜은 자사가 이전 내놓은 당뇨 치료제 '트루리시티'에서 쓰이는 바늘과 같은 형태로 알려져 있다.
이 바늘이 실제 2022년부터 공급 문제를 겪기 시작했고, 호주 정부 등에서는 공지를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원활한 공급이 쉽지 않을 수 있으니 이를 감안하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한 바도 있다. 즉 바늘 문제가 해결되는 만큼 국내에 좀 더 원활히 수입이 가능하다. 비만 치료에서 출시 이후 몇 주만에 품귀현상을 겪었던 것이야 비급여니 상대적으로 문제가 덜 되지만 급여화를 추진하고 있는 마운자로 입장에서는 공급 불안 자체가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바이알이 외려 유용해지는 셈이다.
이같은 제형 다양화는 이미 타국에서 선보인 바 있다. 미국에서는 사보험 미가입층을 위해 릴리가 운영하는 '릴리 다이렉트'에서 바이알을 선보였다. 공급 당시 가격은 월 299~499달러 수준인데 이는 프리필드펜의 월1086달러 선 대비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입장에서도 병원 방문이 이뤄질 경우 바이알 투여를 진료의 일환으로 받을 수 있는 데다가 의료기관 수요를 통해 국내 필요 물량 예측과 이에 맞는 공급이 가능하다.
더욱이 릴리의 비만-당뇨 전략에서 중요한 가격 문제 역시 좀 더 유리해진다. 급여 단계는 한 단계씩 진척되고 있지만 노보 노디스크가 '오젬픽'으로 공급적인 가격정책을 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릴리가 공급가를 상대적으로 낮출 수 있는 카드로도 작용할 수 있다. 공급과 공급가 모두를 잡는 방법인 셈이다. '바이알=당뇨약'이라는 포지셔닝까지 가능하다.
즉 당뇨 적응증 혹은 향후 코골이 등 치료 효과에 바이알을 사용해 가격을 낮추고 실제 치료는 가능케 하는 동시에 비만 치료를 위한 비급여 시장을 보호하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한편 오젬픽을 가진 노보가 당뇨 급여화를 위해 말 그대로 질주하는 상황에서 바이알이라는 카드로 맞선 릴리가 향후 시장에서 어떤 경쟁 구도를 보일 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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