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대학보다 실험 연구 비중 높고, '규제약학 전용 실습실' 확보
"향후 뉴 모달리티 의약품의 규격 및 품질 평가가 중요한 화두가 될 것"

[끝까지HIT 8호] 기술 혁신에 힘입어 빛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바이오헬스 산업. 관련 규제도 덩달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임상시험 및 사후 관리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전주기에 걸친 품질 보증이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다. 화학의약품을 비롯해 생약천연물, 생물의약품, 첨단의약품 등 의약품 분류가 다양해짐에 따라 그에 맞는 품질평가 방법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끝까지 HIT>는 국내 바이오헬스 규제 과학 인재양성 대학 중 의약품 제조·품질 평가 분야 인재양성대학으로 선정돼 운영 중인 '중앙대학교 규제약학과'의 나동희 교수(연구 책임자)를 만나 얘기를 나눠봤다.

의약품 제조 및 품질 평가기술 개발 역량 갖춘 전문인력 양성

중앙대 약학대학에서 '펩타이드 및 단백질의 약물전달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는 나동희 교수는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규제과학 인재양성사업(과제명 : 의약품 제조·품질평가 분야 인재양성 대학 운영) 과제를 기반으로 2023학년도 규제약학과를 신설했다.
나동희 교수는 중앙대 규제약학과 설립 비전을 '의약품 제조 및 품질 평가기술 개발 역량을 갖춘 규제과학 석·박사급 전문 인력 양성'으로 삼았다.
나동희 교수는 "제약바이오 산업에 필요한 규제과학 전문인력 육성을 위해 의약품 규제과학 분야, 그 중에서도 의약품 품질 평가 방법에 관한 연구를 진행함과 동시에 교과과정을 개발하고 실제 학위과정을 운영해 우수한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나 교수는 이어 "의약품이 안전성과 유효성을 갖추기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품질이 보증돼야 한다는 점"이라며 "의약품의 품질은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전임상시험에서부터 구축이 필요한 부분으로, 의약품 허가를 위해 제출하는 CMC(Chemistry, Manufacturing and Control)는 자료의 핵심이며, 의약품의 생산 과정에서는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를 통해 확보돼야 할 핵심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즉, 안전하고 유효한 의약품을 위해선 CMC를 통해 적절한 규격 설정과 품질평가 기술이 확보돼야 하고, GMP를 통한 엄격한 제조 및 품질 관리가 돼야 우수 한 품질의 의약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동희 교수가 말하는 의약품 품질 분야 전문인력이란 무엇일까?

나 교수는 "의약품의 제조공정과 품질 평가 분야에 관한 전문성은 의약품 생산 현장 뿐만 아니라 신약 및 신제품을 개발하는 연구소의 의약품 개발 담당자에게도 필요한 지식 분야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우리 학과에서 교육받은 제조 및 품질 평가 전문 가는 △제약회사 공장의 생산 부서 △품질관리(QC)/품질보증(QA) 부서 △제약회사 연구소의 원료 및 제제 개발 △분석 연구 부서 △제약회사 개발부의 허가 부서 등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중앙대 규제약학과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제조품질과학 △바이오의약품 △생약천연물 △규제정책학 등으로 커리큘럼을 세분화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수별 연구 분야를 살펴보면(이하 직함 생략) △나동희(약물송달학/제약산업학) △강원구(약동/약력학 모델링) △김은영(임상약학/생명약학) △김하형(약품 물리화학) △김현정(분자세포약리학) △민경훈(의약화학) △민혜영(미생물학) △ 박현호(면역학 및 구조생물학) △서원희(생화학) △오경택(생물물리약학) △오미현(규제과학개론) △이동규(약품분석학) △이민원(생약학) △이종혁(사회약학) △정선영(임상약학) △천영진(약품생화학) △최형균(천연물생명공학 및 대사체학) △한상범(약품/기기분석학) △황광우(세포분자면역학) △황완균(약용식물학) △박상규(생물통계학, 생존분석 및 신뢰성 분석) △이규호(지적재산권법, 문화법) 등이 참여 교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나 교수는 "제조품질과학, 바이오의약 품, 생약천연물 등은 의약품의 분류에 따른 전공이다. 각각 제조를 비롯해 품질평가 방식에서 다른 특성을 가진다"며 "예를 들어 화학의약품은 단일 성분을 유효성으로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데, 생약의 경우 다수의 성분을 유효성분으로 여기는 점 등이 다르다. 이에 따라 의약품 종류에 따른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과 평가 방식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 했다.
이어 "규제정책학은 드라이랩(컴퓨터 등을 활용하는 비실험 연구실, dry lab) 기반의 전공으로, 앞서 분류한 의약품들의 규제 정책 관련 내용을 연구 및 공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1) 제약산업에서 '데이터 완전성(Data Integrity)' 관련 최근 이슈 및 규제 동향
최근 제약산업에서 '데이터 완전성(Data integrity·DI)' 문제의 심각성과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국제적인 규제기관들이 중심이 돼 데이터 완전성에 대한 더욱 명확하고 상세한 지침들을 발행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난 수년간 국내외 규제 당국의 GMP 감사 중 데이터 완전성과 관련된 위반사항들이 여전히 다수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는 제약산업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완전성 위반의 요인과 위험 요소를 분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글로벌 규제기관에서 제시하고 있는 데이터 완전성을 위한 요구 사항과 제반 사항에 대해 다루고, 제약업계에 올바른 데이터 완전성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2) '서방성 마이크로스피어 제제'의 In vitro/In vivo 상관성 연구
서방성 마이크로스피어 제제는 생체 내에서 짧은 반감기로 인해 빈번한 주사를 해야 하는 펩타이드 약물에 주로 적용돼 1회 주사로 1주에서 6개월 이상까지 지속적인 약물 방출로 효과를 내는 주사제다. 마이크로스피어 제제의 품질 평가를 위해서는 in vitro(시험관 내) 방출시험이 중요한데, 아직 공정서에서 인증된 시험법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시험법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서방성 주사제는 체내에서의 약물 방출 거동을 예 측하기 위한 시험법이 의약품 개발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in vitro/in vivo(생체 내) 상관성(IVIVC) 연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연구는 서방성 마이크로스피어 제제에 적용되는 다양한 in vitro 약물 방출 시험법에 대해 고찰하고, IVIVC 구축을 위해 시도됐던 연구들을 분석해 적절한 연구 방안을 제시했다.
중앙대 규제약학과 만의 차별점은?
나동희 교수는 중앙대 규제약학과와 타 규제과학 대학원과의 차별성으로, 드라이 랩 대비 웻랩(wet lab)의 비중이 높은 점을 꼽았다. 또 이런 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 학과 교수 연구실 외에 학생들이 기초 실습을 할 수 있는 '규제약학 전용 실습실'을 확보해 구축 중에 있다. 학과 내 2개의 사무실을 확보해 제1실습실은 고형제제 제조 공정 실습실로 만들고, 제2실습실은 다수의 기기를 확보해 품질평가 실습실로 만들 계획이라는 것이다.
나동희 교수는 "학생들이 실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제조공정과 품질평가 실험들에 관한 기술들을 배울 수 있는 실습 공간을 조성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산학 협력은 제조공정 개선 및 첨단 제조공정 구축, 의약품 불순물 관리 및 불순물 저감화 방안 마련, 첨단의약품의 품질평가 등의 분야에서 제약회사 및 바이오 벤처와의 협력 연구가 다수 추진되고 있다"면서 "대형 분석기기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품질 평가에 사용되는 기기에 관한 전문 교육을 할 수 있는 실습 프로그램 또한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의약품 품질 평가에서 주로 사용되는 HPLC를 비롯해 LC-MS 등이 주요 대상으로 고려 중인 상태"라며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기기업체 및 관련 기업과 협력해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대 규제약학과 학생이 얻을 수 있는 혜택과 단기 프로그램은?

나동희 교수는 "풀타임 학생들에게는 규제과학 인재양성사업의 연구원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 연구 수행에 따른 인건비를 지급하고, 파트타임 학생들에게는 논문 발표 등 규제과학 연구 성과에 따른 수당을 지급한다"며 "이외에도 풀타임 학생들에게 기업체 또는 공공기관에서의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고, 그 일환으로 올해에는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KFRM)에서 진행한 2023년도 인턴십 프로그램에 규제약학과 소속 2명의 학생이 참여해 8주간(2023년 6월 2일~7월 28일)의 교육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중앙대 규제약학과는 이밖에도 규제과학 심포지엄 및 단기 교육 프로그램 등 최신 규제과학 동향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학과는 작년 11월 23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동으로 '중앙대 식품·의약품 규제과학 심포지엄'을 개최한 바 있다. 또 올해에만 2차례 '의약품 확인시험', '의약품 불순물 관리 기초' 등을 주제로 단기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다.
향후 의약품 품질 평가 분야는 '뉴 모달리티 의약품'에 초점
나동희 교수는 향후 의약품 품질 평가 분야의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할지 묻는 질문에 "QbD(Quality by Design·설계 기반 품질 고도화)를 통한 품질 디자인 구축과 연속 생산 등의 첨단 공정시스 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며 "그 중에서도 뉴 모달리티(modality) 의약품의 등장에 따른 품질 평가 시스템 구축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나 교수에 따르면, 최근 화학의약품 분 야의 합성 펩타이드 및 합성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바이오의약품 분야의 유전자 치료제 및 세포치료제를 비롯해 엑소좀 등의 신개념 의약품, 다양한 형태와 조성의 나노의약품 등 복잡 다양한 구조의 의약품이 등장하고 있다.
그는 "이들의 품질 평가를 위해서는 기존의 화학의약품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도 첨단의약품이라 할 수 있는 뉴 모달리티 의약품의 규격 및 품질 평가가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니 인터뷰 우랩소(우리 랩실을 소개합니다)
"품질 평가 이론부터 기기 실습까지… 제제연구원 꿈꾼다면"

Q. 현재 소속된 연구실을 소개해주세요.

(김수현) 저희 약물표적화연구실은 바이오의약품 전달을 연구하는 곳입니다. 연구실 구성원은 연구교수 1분, 박사과정 4명, 석박통합 1명, 석사과정 4명으로 총 10명의 연구원이 있습니다.
전달하고자하는 바이오의약품은 펩타이드와 항체가 있으며 주사제, 경구제로 연구 파트가 나눠집니다.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기기 종류는 nanoDSF, SEC(Size exclusion chromatography), LC-MS, DLS, Viscometer 등이 있습니다.
Q. 각자 연구 분야를 소개해주세요.
(김민) 제 연구 분야는 대식세포인 'Raw264.7'에서 항염 효과를 가지는 펩타이드를 연구하는 것입니다. 이후 펩타이드에 PEG(폴리에틸렌글리콜)를 연결하는 기술인 '페길레이션(PEGylation)'을 통해 물질의 전달 효과를 높이거나, 효율을 증대시키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김수현) 제 연구 분야는 고농축 항체 제제 연구입니다. 항체는 치료 용량이 커서 보통 정맥주사(IV)로 투여하게 되면 병원 내에서 2~3시간 정도 머물러 있어야 하는 데, 이를 고농축해 피하 주사제로 개발하면 투약시간이 단 5분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하지만, 단백질을 고농축하면 점도가 상승하고, 응집 등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형 개발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Q. 규제약학과 입학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김민) 제약회사 연구직으로 진로희망을 설정한 후, 대학원 진학을 위해 알아보던 중에 규제약학과가 중앙대에 신설된다는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신약 개발을 위한 기술의 발전에도 규제적인 측면들이 부족해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알게 됐고, 규제약학과에 입학한다면 의약품 품질 평가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동시에 원하던 제제 관련 연구도 배울 수 있겠다고 생각해 진학하게 됐습니다.
Q. 규제약학과와 약학과 학생이 함께 공부 및 연구를 한다는 점이 특이해요.
(김수현) 규제약학과의 커리큘럼 자체는 약학과와 동일한 것 같아요. 규제약학과도 약학과 수업을 들을 수 있고, 약학과도 규제약학과 수업을 들을 수 있거든요. 지난 학기 약학과 수업 중 규제약학과 파트타임 석사 과정 학생분의 발표를 들었어요. 회사를 다니면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계셔서 그런지, 산업과 밀접하면서도 심도 있는 발표라고 생각했습니다. 약학과는 연구에만 집중하느라 산업 쪽의 관심사는 모를 수 있는데, 이렇게 같이 수업 및 연구를 함께 하니까 서로의 관점을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Q. 최근 열린 규제과학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2등)을 수상했다고 들었어요.

(김민) 제1회 규제과학 경진대회인 만큼 너무 참가하고 싶었어요. 저희 학과 파트타임 석사과정 선생님과 함께 팀을 꾸려 대회를 나가게 됐습니다. 경진대회 주제는 '대한민국 약전, 식품첨가물 공전 시험법 코드화'였습니다. 각 일반시험법에 QR코드를 붙여, 접근성을 높여 약전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혼동을 줄이는 데 목표를 뒀습니다. 이 대회에서 2등에게 주어지는 '식품의약품 안전평가원장상(최우수상)'을 거머쥐게 돼 기뻤습니다.
Q. 연구실 특장점을 소개해주세요.

(김민) 지도 교수님께서 학과장이셔서 학과 및 규제과학 동향을 자주 가까이 접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의약품 제조 및 품질평가에 중요한 다양한 분석 기기를 보유하고 있는 연구실이라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Q. 연구실의 주요 취업 분야는 어떻게 되나요.
(김수현) 저희 연구실 졸업생들은 보통 제약회사 연구직 중 제제팀으로 취업합니다. 저는 추후 미국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치고, 항체의약품 제제 연구팀에서 업무해보고 싶습니다.
(김민) 저 또한 제약회사 제제 연구 쪽으로 취직하기를 희망 하고 있고, 규제약학과 진학 이후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연구과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도 생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