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욱 한국화이자제약 대표가 전하는 신약개발 AI 활용 방안

제약회사 CEO 5명이 자사 스타 신약 성공 비결과 노하우를 60분 간 프리젠테이션했다. 드문 일이다. 히트뉴스가 오피니언 리더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 글 싣는 순서

① 케이캡 처방 2000억 신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② 코로나 엔데믹 이끈 백신ㆍ치료제 개발 원동력은 'AI'
③ 플라빅스와 듀피젠트로 본 특허만료 후와 신규 시장 진입 전략
④ 카나브 패밀리 신화 비결? '데이터'와 '제품력'이 해냈다
⑤ 후발주자로 출발해 3년 만에 NOAC 1위 쟁취한 릭시아나

오동욱 한국화이자제약 대표가 7일 SNU 제약바이오인력양성센터'가 개최한 '제약 마케팅의 전설(Legend)을 듣는다'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최선재 기자
오동욱 한국화이자제약 대표가 7일 SNU 제약바이오인력양성센터'가 개최한 '제약 마케팅의 전설(Legend)을 듣는다'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최선재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화이자는 준비가 돼 있었다

2019년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에 전세계에 비상이 걸렸다. 주요 국가들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문을 걸어 잠갔고, 대책 마련에 몰두했다. 가장 먼저 백신을 개발한 것은 세계 최대 글로벌 제약사 중 한 곳인 '화이자'였다. 

통상 신약 개발에 10년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백신도 예외는 아닌데, 화이자는 대략 9개월 만에 코로나 백신과 이후 단 시간 내 치료제까지 개발해 공급했다. 

한국화이자제약 오동욱 대표는 "인류의 역사를 보면 수많은 대유행 전염병이 있었다. 이로 인해 전세계 수많은 사람이 죽기도 했다"며 "결국 사람들은 면역력에 의지해 버티고 살고, 못 버티면 죽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그 당시 과학 수준에서,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신약을 개발하는데 10년 이상 소요되고, 수조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오 대표는 이어 "실제로 신약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10년이 걸렸다면, 이미 상황은 종료됐기 때문에 무용지물일 것"이라며 "이번 팬데믹은 인류가 역사상 최초로 원인균을 알아내고, 제 시간 내 타깃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해 공급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 스토리 외 화이자는 전세계에서 3번째로 치료제를 한국에 도입하는 등 국내 정부와의 소통 노력을 이어갔다. 

오 대표는 "백신과 달리 코로나 치료제는, '독감과 같은데 무슨 호들갑이냐', '시간이 지나면 낫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는 독감 대비 3배 이상 중증화율이 높고, 고위험·고령자는 입원 및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만큼 빠른 도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화이자의 적극적인 도입 노력이 수많은 생명을 살렸다는데 자부심을 가진다"고 말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빠르게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오 대표는 화이자의 mRNA에 대한 관심과 협업을 꼽았다. 화이자는 그동안 mRNA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여러 바이오 기업과 협업하고 있었기에 WHO가 팬데믹 상황을 선언하자마자, 이들과 코로나 백신을 만들기 위한 개발에 곧바로 착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화이자는 코로나 백신 개발 9개월 만에 WHO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고, 1년 후 2021년 8월 FDA 정식허가로 완결했다.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성분 니르마트렐비르+리토나비르)'는 2021년 12월 FDA 긴급사용 승인 후 2023년 5월 정식 승인받았다.

 

고급 인력, 장시간, 고비용 필요한 신약 개발, 
화이자를 도운 것은 '생성형AI'

오동욱 한국화이자제약 대표
오동욱 한국화이자제약 대표

"어떻게 이런 혁신이 가능했을까요?

신약 개발에 왜 10년 이상이 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오동욱 대표는 신약 개발 사업이 굉장히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했다. 관련 분야 석학들이 오랜 시간 정해진 매뉴얼로 일을 해야 결과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라는 것이다. 엄청난 비용과 10년 이상 시간은 여기서 파생됐다.

오 대표는 "우리는 '디지털 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하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서있다. 우리는 인터넷 혁명 이후 다양한 포털, 소스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려 하지만, 그 양은 우리가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이 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최근 혜성과 같이 나타나 우리를 놀라게 한 '생성형 AI(Generator AI)'다. 인간을 대신해 엄청난 양의 정보를 대신 가공, 해석, 결론을 내도록 해준다"고 했다. 

오 대표에 따르면, 신약 개발에서 생성형 AI는 △초기 물질 탐색 △임상 개발 △생산 및 관리 △상업화 △학술 활동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그는 "생성형AI는 이 모든 과정을 고도로 훈련된 재직자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수행하던 것보다 더 빠르고, 품질을 담보하면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생성형AI는 밥도 안먹고, 잠도 안자고, 월급도 안받는다. 전기만 주면, 365일 열심히 프로그램을 돌려서 인간보다 몇 십 배, 몇 백 배 이상 빠른 속도로 결과를 완벽하게 만들어낸다"고 표현했다.

예를 들어, 초기 탐색 단계에서 고학력 연구자들이 수행하는 모델링 및 스크리닝 작업을 직접 수행하면 몇 달 이상 소요되지만, 생성형AI 플랫폼을 활용하면 몇일 만에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임상시험 단계에서도 데이터 정리 등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통계 프로그램을 인간이 돌리던 것을 AI가 대체함으로써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그리고 자원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오 대표는 "임상시험 문서를 작성하는 '메디컬 라이팅(Medical writing)' 분야도 마찬가지다. 챗GPT만 봐도 보통 대학생 수준 이상 에세이는 작성할 수준이 된다. 근데 이것도 이미 몇년 전 얘기다. 지금은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임상 개발 시간은 결국 그 데이터를 모두 분석하고 결론을 내린 뒤, 규제 당국에 허가를 받는 것 까지를 말한다. 이 과정이 생성형AI를 활용하면 50% 단축할 수 있고, 조만간 100% 대체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오 대표의 의견이다.

오 대표는 "임상시험 시 데이터가 수집되면, 각각에 대한 수천만 개의 데이터 포인트가 생긴다. 이것을 제대로 분석 가공해서 통계로 활용하려면, 이 내용들이 에러가 없이 잘 교합 됐는지, 데이터 과학자가 검증을 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 한 달 가까이 걸리는데 AI를 활용했더니 하루 만에 끝낼 수 있었다. 아울러 데이터 검토부터 쿼리 자동화를 하는데 있어, 인간이 매뉴얼대로 시행하면 2800~3500시간이 걸리는 것을 AI를 썼더니 이 시간이 없어져버렸다"고 설명했다.

또, "이렇게 얻어낸 임상 최종 데이터를 라벨화하고, 문서화해야 규제당국에 허가 신청을 할 수 있는데 기존 매뉴얼대로 하면 35일 걸리는 것을 2시간내로 끝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생산, 운송, 상업화 등에 AI 활용 가능,
제약 산업 패러다임은 이미 바뀌고 있다

오동욱 대표에 따르면, AI가 활용될 수 있는 곳은 단순히 연구와 임상 그리고 인허가 단계 만이 아니다. 실제로 제품이 만들어지는 생산, 전세계로 유통되는 운송, 고객에게 판매되기 위한 상업화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오 대표는 "생산 과정에서도 사람들이 매뉴얼로 하던 품질관리(QC), 공정관리(PM), 수율 최적화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예측해 최상의 배치(Batch)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보완 활동까지, 생성형AI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며 "화이자는 이를 통해 저분자 의약품도 아닌 생물학적 제제인 백신을 한 해에 13억 도즈를 생산해 공급했다. 모든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을 화이자는 혁신을 통해 가능토록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상업화 측면에서도 환자나 의료진에 접근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도움된다. 생성형AI를 활용한다면 맞춤형 의료가 가능해질 것이고, SNS나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수집된 환자 정보를 통해 고객 개인 맞춤형 영업도 실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AI 머신러닝을 활용해 충분한 데이터가 수집되면 고가의 기기를 활용한 진단도 저렴하게 이용 가능하며, 어떤 대상(Population)에서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고 부작용이 적은지도 권고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마케팅 종사자 분들은 아시겠지만, 마케팅 캠페인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콘텐츠 제작에 3~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고객들은 이런 타임라인을 만족하지 못한다"며 "인체를 다루는 산업이나 보니 고도화되고 검증할 게 많다. 하지만 이걸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수준의 제품을 놓는게 가장 베스트"라고 말했다.

화이자는 이를 위해 옴니채널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에는 대면 위주의 활동을 주력했다면, 가상 채널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최상의 결과를 내도록 하는 혁신 마케팅 전환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회사의 AI 활용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개인 맞춤화 세일즈 마케팅 그리고 콘텐츠 제작은 과거보다 5~10배 빨라졌다.

또, 과거 비용 문제로 특정 적응증만 목표로 진행했던 임상의 트렌드가 생성형AI를 통해 다양한 적응증에서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한 번에 분석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획기적이다. 

그는 "AI 활용을 통해 개발된 신약은 획기적으로 비용과 시간을 단축시킨 만큼, 약가도 저렴해져 시장 접근성(Market access)을 향상시킬 것이다. 지금 한국은 보험재정상 혁신신약의 급여 적용이 1/3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이 부분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훌륭한 기술이 있어도, 인프라 없이는 도루묵

오 대표는 "인체에 대한 부분에서 FDA는 굉장히 엄격하다. 우리가 AI를 도입해 설렁설렁 개발을 추진했다고 판단했다면, 그들은 어설프게 승인해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렇게 초고속 혁신 기술을 만들어 내기 위해 화이자는 데이터 과학자, IT 전문가, 데이터베이스 전문가, AI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TF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노력해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단 기간내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발표 마무리에 오동욱 대표는 에디슨과 전기 모터를 슬라이드에 띄우며, 기술에 뒷받침될 수 있는 인프라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에디슨이 전구를 개발하고, 몇 년 뒤 전기 모터가 개발됐지만 실제로 사용된 건 한참 후다. 그 이유는 전기를 끌어올 발전소, 송전소 등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 구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안되면 혁신에 성공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 현실에 비춰봤을 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신약 개발에 엄청난 접근 장벽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대격변의 시기가 왔고, 신약 개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전자 데이터 표준화 등에 다양한 이해관계와 제도적 문제가 얽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런 부분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면 우리 제약산업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제약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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